요 며칠간은 우리와 친하려고 노력을 보여서 나름 믿을려고 애썼던 사람에 대해 점점 의심이 들었다. 처음엔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고 점점 살갑게 다가왔기 때문에 난 그에 맞게 나 또한 마음을 열려고 했었다. 그 사람은 우리의 제주행 비행기를 싸게 해주겠다면서 우리에게 접근을 하고 우리끼리 농구를 보는데까지 따라와서 친하게 지내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이상한 요구들에 점점 의심이 들었다. 나에게 자신의 생일이 지났으니 자신의 생일선물을 사달라고 만나자고 조르지 않나 병원비가 없다고 좀 빌려달라, 급기야는 자신이 핸드폰을 해야하는데 명의까지 빌려달라등의 어이없는 요구를 하곤 해서 조금씩 의심이 들어왔다.(물론 다 거부) 그러다가 나에게 같이 인터넷 상점을 하지 않겠냐며 공동투자를 요구하다시피 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아는 동생에게 물어보니 그건 아니다라고 해서 정신이 번쩍 들어 그의 제의에 거부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약속했었던 제주행 비행기표 역시 믿을 수가 없었는데, 설마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벌이겠냐면서 쉽게 생각했었던 것이 드디어 터져버렸다. 3월1일 밤을 기점으로 그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고 우리에게 통보식으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하게 되었다라는 말만 남기면서 잠적을 해버렸다. 그 때부터 우리는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 본 결과 우리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사기를 치고 돌아다녔던 행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웃기는건 그와 관련된 이런 사건들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는 점. 작곡가랍시고 여러 가수지망생들에게 사기를 치고 디지털카메라를 판다고 해서 돈만 받고 카메라는 주지 않고 나른 점 등등의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난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 상황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는 동생이 트위터에 올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가지고 사기를 벌인 그자식을 용서할 수 없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는데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없어 난 불행하다.'라던 글이 내 기분을 정확하게 나타낸듯. 거기다가 난 사람은 믿을 수 없어도 사람에 대해 조금은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힘든 점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까지도 가지지 못하게 만든 그 사람이 참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원정비를 어떻게 마련했다는것만 알면 그런 사기는 칠 수 있었을까? 다들 평소때 힘들게 모아서 제주 원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던건데.ㅠㅠ 우여곡절끝에 일요일에 돌아오는 제주->부산행 비행기를 마련했는데, 그것이 안되었다면 정말 힘들었을것이다.
암튼 그가 준다던 비행기표값은 지금까지도 입금되지 않아서 우리는 그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작정하고 모든 증거들을 모아 사이버경찰수사대에 넘긴 상태이다. 지금은 이 사건 때문에 다들 고생하고 고통받고 있지만, 얼른 이 사건이 해결되어서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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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낮, 클럽하우스에서 중국팀인 장춘 야타이와 두 번째 연습경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연습경기는 저번 주 일요일에 봤었던 그 팀을 생각하고 봤었는데, 상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있어서 깜짝 놀랬었다. 저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거칠고 끈끈해져있었다. 반면 우리쪽은 미들까지의 움직임은 빠르고 세밀하며 정교했지만, 공격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예년과는 달리 공격까지는 제법 잘 가는 편이었는데, 공격수들이 그것을 해결하지 못해서 상당히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시즌이 시작하고 나면 뭔가 달라져 있을꺼라 생각한다.
연습경기를 다 보고난 후 오후가 다 되어서 우리는 출정식이 있을 동래 CGV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선수들을 소개하는 환영식과 감독님의 이번 시즌의 각오와 함께 질문사항등등을 받았다. 난감한 질문도 하나 있었지만 그것을 유들유들하게 설명해주시는 모습과 어떤 팬이 한 선수를 지목하고 골을 많이 못넣어도 좋으니까 열심히 해달라는 말을 해서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선수들은 관객석 중간중간에 앉아서 팬들과 함께 '글러브'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는 충주의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 있는 야구부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것이라고 했다. 주인공 하나하나의 연기와 그들이 청각장애라는 핸디캡을 딛고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감동적이었는데, 너무 작위적이라서 울컥했다가 쏙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그들을 지도했던 코치가 좌절해 있는 아이들에게 울부짖으며 내뱉은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상대는 도저히 이기기 힘든 강팀이 아니다, 바로 우리를 불쌍하게보는팀이다, 더이상 속에 담아두지말고 터트리란말야!'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다. 그 이외에도 몇몇 장면들은 마음이 짠했었다.
마치고 나와서는 이번에 새로 장만한 구단버스에 낙서를 하는 시간이 마련되어서 난 버스 중간에 조그맣게 올해는 우승하자고 써놓고 집으로 향했다. 이번 시즌은 이런 좋은 마음으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