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부산에선 눈을 보기가 어렵다. 그만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지역이기도 하고, 지리적인 환경상 눈을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최근엔 약 10년정도 안쪽에 눈이 오는 날이 제법 있었는데, 대부분은 눈이 쌓이자마자 그날 안에 녹든지 아님 다음날이면 싹 사라지고 없어질 정도의 약한 눈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나가는 문을 열자마자 보게 된 눈은 내 눈을 의심할만큼 대단한 양이었다. 길을 걸어가는데 발이 푹푹 빠질 정도의 양이었고, 버스조차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눈발이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오지 않을줄 알았던 아침통근버스가 와서 잽싸게 타서 편하게 출근할 수 있었다는것.
1~2시간 안이면 끝날것 같은 눈은 오후 내내, 아니 저녁 늦게까지 내리다가 막 그쳤다고 한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집까지 다니는 버스들이 죄다 운행을 중지해서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까지 들어가는데도 가득쌓인 눈을 밟으면서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걸으면서 가게 되었다. 오랫만의 눈이 아주 오지라게도 많이 내려서 기분이 잠깐 좋긴 했지만(부산 기상청 역사상 100여년만의 일이라고ㄷㄷㄷ), 이정도의 양을 원한건 아닌데 싶어서 많이 당황스러운 날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만큼 내리는 눈은 볼 수 없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들어오는 길에도 한동안 눈이 가득 쌓인길만 골라서저벅저벅 걸으면서 왔다. 정말 대단한 날이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