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마실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우리집으로 가는 15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기다린 후에 마침 내가 좋아하는 저상버스가 오길래 앗싸~하는 마음으로 타려고 보니 안에 승객들이 가득차있는것이었다. 내가 있었던 정류장에서 우리집까지는 거의 종점과 종점과의 거리라 처음부터 서서 가기 싫어 '저 버스는 그냥 보내고 다음차 타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 차가 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금방 떠날듯 해서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차가 꿈쩍도 하지 않는것이었다. 알고보니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을 태우려고 계속 정차상태였던것이다. 그 분은 안의 상태를 보더니 사람이 많아서 타지 않는듯 손사래를 몇 번이고 휘저었다. 뒤따라오던 버스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는데도 아저씨는 들은체 만체 하면서 몸이 불편한 그 분이 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해도 그 분이 타지 않자 안되겠던지 차를 조금씩 움직여서 인도에 가까이 대어 그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급기야 버스운전기사 아저씨가 내려서 그 휠체어를 안전한 자리에 놓아두고 다시 운전하러 앞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출발.
차량이 가장 밀리는 시간이었고, 뒤에 승객들을 태우기 위한 버스가 줄줄이 기다리는데도 한 명의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려주었던 15번 버스가 떠난 후 다른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모두 다 그 아저씨를 칭찬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 매우 추웠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던 장면이었다.